NDI-차세대 네트워크 IP 비디오② 왜 IP 비디오인가?
※ 이 기사는 2016년 10월호 비디오 플러스에 게시된 기사입니다.
작성 : 디브이네스트 이광희
우리는 전편에서 네트워크 비디오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처음 IP비디오를 접하는 경우라면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왜 IP 비디오인가?
2016년 현재 우리는 굳이 IP 비디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문제없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영상을 중계하고, 녹화하고, 편집해서 송출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차세대 방송을 이야기할 때마다 IP 비디오가 거론되고는 있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비디오를 전송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직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생소할 따름이다. 현재까지 IP 비디오라는 의미는 현장에서는 인터넷 방송으로 간이 인터뷰를 잡는다거나 드론에서 나오는 실시간 영상을 전경샷으로 쓰는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런 응용도 IP 비디오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차세대 영상기술로 논의되고 있는 IP 비디오는 다른 차원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기존의 SDI 제작기술을 IP 비디오로 완벽하게 대체할 뿐만 아니라 더욱 차양한 기능들을 결합하여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제 앞에서 질문했던 ‘왜 IP 비디오인가?’에 대해 답을 하는 순서로 이번 연재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장이라 약간 어려운 정의들과 기술용어들이 등장하게 되겠지만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풀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전송 대역폭과 전송 매체의 한계
왜 잘 사용하던 SDI를 버리고 IP로 가야한다고 떠들어대는 것일까? 우리는 먼저 이것에 대한 의문점을 가져야 한다. 우선 용어에 대한 정리를 좀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SDI : 시리얼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방송 영상 및 음성, 데이터 등을 직렬로 디지털 전송하는 방식 ● BNC : 사전적으로는 단자의 형태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포괄적으로 동축 케이블과 체결형 커넥터를 비롯한 방송용 케이블을 의미함 ● IP : 인터넷 프로토콜.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음 ● 이더넷 : 흔히 IEEE 802.3 규약으로 이야기되는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 네트워크에 대한 대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축약됨 ● UTP : PC나 노트북 등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랜 케이블 연결 방식. 8가닥의 구리선으로 구성됨. ● 광전송(Optical) : 구리선에 의한 전기신호가 아니라 유리섬유를 통한 빛의 신호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 |
이제 ‘광(Optical)으로 SDI를 IP 전송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방송에서 사용되는 ‘SDI’라는 규격과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IP’라는 규격, 그리고 전송 매체로 사용되는 ‘광(Optical)’이라는 방식에 대한 이해야 모두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럼 왜 하필이면 요즘에서야 IP 비디오가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일까? ‘IP’라는 개념은 이미 1970년대부터 존재하던 것이고,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이 시작되던 것도 벌써 20여년이나 지났는데 왜 지금에서야 IP 비디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넘어올 수 있었던 전환점은 바로 전송방식에 있었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은 전선에 신호의 세기를 그대로 주파수 변환하여 실어보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케이블의 특성과 하드웨어 특성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89년 발표된 ‘SDI’는 영상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시켜 전송하여 이런 문제를 없애고 재전송에 따른 화질열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방송 품질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BNC 커넥터 / UTP 케이블 / 광(fibre) 케이블
그럼 왜 그당시 디지털 비디오의 전환을 진행하면서 IP 비디오를 채택하지 않았던 것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 당시에는 네트워크의 발전이 영상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아날로그에서 사용하던 케이블인 BNC 커넥터를 갖춘 동축 케이블을 바꾸지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방송시장에서는 당연히 IP를 채택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음의 그래프를 살펴보자.
네트워크 속도와 SD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000년대 이전에는 방송에 요구하는 데이터의 전송율을 네트워크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HD 방송에 필요한 1.485Gbps의 속도를 만족시키는 SMPTE292M 규격이 등장한 것이 1998년이었지만 네트워크는 이듬해인 1999년에서야 1Gbps 속도의 IEEE 802.3ab 규격이 마련된다. 그나마 비압축 HD를 전송하기에는 오히려 대역폭이 모자란 상태였다.
방송에서 SDI를 전송규격으로 삼아서 꾸준히 발전을 하는 동안, 네트워크는 2000년을 시점으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2002년 10Gbps 표준인 802.3ae를 발표하는가 하면 2011년 40Gbps, 2014년 100Gbps 표준을 발표하는 등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는데, 이는 순전히 구리선 기반의 전송방식을 버리고 광케이블을 채택하면서부터 가능해진 것이었다.
구리선을 비롯한 금속 전선의 특성상 그속을 흐르는 데이터의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대역폭이 커질수록) 이상하게도 신호는 전선의 바깥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전문용어로 ‘스킨이펙트’라고 불리는 이 현상 때문에 이론상 10Gbps를 넘어가는 구리전선을 만들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사실 가능은 하겠지만 심지가 너무 두꺼워져 비용은 비싸고 공사는 어려워진다)
금속 전선의 스킨 이펙트(Skin Effect)
주파수를 높여야만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데, 그렇게되면 신호가 바깥쪽으로 몰려서 오히려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전송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에 노이즈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전송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전송 미디어별 전송거리를 살펴보면 SD-SDI에서 HD-SDI로 넘어오면서 전송 가능거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00Gbps를 전송하는 SDI 케이블의 등장은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여기에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하는데, 바로 초고화질 방송으로 일컬어지는 UHD의 등장이 그것이다. 270Mbps의 SD 방송이나 1.485Gbps의 HD 방송까지만해도 기존의 케이블 연결로 가능했었는데, 4096×2160 해상도를 가지는 4K UHD는 전송 대역폭이 12Gbps로 거의 열배 가까이 증가하게 되었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것마저도 12G-SDI를 개발하여 편리하게 풀어가려고 했지만 진짜 문제는 4K의 다음으로 각광받고 있는 ‘궁극의 화질’이라는 8K 120p UHD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8K 시험방송을 준비한다고 하는 판국에 이것을 무시하고 지나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8K 120p UHD의 대역폭은 무려 144Gbps이다. 더 이상 금속 케이블인 BNC 케이블로는 감당이 안되는 수치이다. 그리고 4K UHD의 전환과 8K UHD의 전환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질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2G-SDI를 우선 도입하고 다시 8K UHD를 위한 전송매체를 또 선정해서 바꾼다는 것은 이중투자라는 부담이 있는 선택이다.
영상 포맷별 요구 대역폭
이런 데이터의 흐름을 토대로 영상업계는 차세대 영상 전송과 처리에 광케이블을 사용한 IP 비디오를 채택하는 것을 암묵적인 표준으로 고려하게 된 것이다.
IP 전환에 대한 두가지 고민
그런데 여기에서 예상치 못한 두가지 심각한 고민이 발생했다.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이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문제는 대역폭이 미묘하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HD 영상의 표준 대역폭은 1.485Gbps이다. 이는 1920×1080 해상도를 60i로 전송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전송량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전송하기위해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표준은 1Gbps와 10Gbps의 두가지 중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다른 표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Gbps IP로 HD를 전송하려면 압축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장치가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10Gbps를 사용하자니 8Gbps 이상의 대역폭이 남아도는 낭비가 발생한다. 거기에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것이 뻔하다.
마찬가지로 4K UHD 60p를 전송하려면 12Gbps의 대역폭이 요구되는데, 여기에 적용 가능한 네트워크 표준은 10Gbps이거나 40Gbps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역시 10Gbps를 사용하려면 2Gbps만큼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전송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상 제작은 전송 뿐만 아니라 캡쳐, 편집, 송출, 저장 등 다양한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UHD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전통적인 테잎 기반의 레코더나 데크들이 모두 단종된 상황이기 때문에 전송의 양쪽 끝단에는 각 포맷별 변환을 담당하는 ‘인코더-디코더’가 존재해야한다.
사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카메라, 레코더, 송출장비 모두가 각각의 다른 포맷을 서로 변환시켜주는 인코딩-디코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IP 전환이 시작되면 그동안 사용하던 모든 장비들에 또다시 IP 변환을 위한 컨버터가 장착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장비를 모두 변경한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아래 그림처럼 큰 대역폭의 신호를 작은 전송매체로로 보내려면 인코딩-디코딩 거쳐야 한다
사실 IP 비디오를 논의할 때 전송매체와 영상 규격 등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며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IP 비디오의 종류를 결정하고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은 위 그림에 등장하는 인코더-디코더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기술에 대한 사고를 확장해서 아예 카메라, 레코더, 전송장비, 백업장비, 송출장비까지의 모든 I/O 포맷을 ‘인코더-디코더’에서 사용하는 변환 코덱으로 대체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획기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이 기사는 2016년 11월호 비디오 플러스에 게시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