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B 2019의 주요 이슈정리

NAB는 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의 약어이며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에서 매년 4월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방송장비 전시회입니다. 1923년 시작되어 올해로 97회를 맞이하고 있으며 매년 160개국에서 1800여개의 업체와 10만명의 참관객이 몰려 최신 방송 기술 동향과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2019년의 전시회 태그라인은 ‘모든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Every story starts here)’이며 NAB의 가장 큰 강점은 방송장비의 전시와 함께 매년 200여개의 강의, 패널 토론, 워크샵 등이 함께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NAB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최신 방송 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 유명한 Avid의 Media Composer와 최초의 HDTV 방송, RED 카메라 등이 바로 NAB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인 바 있습니다.

NAB 2019의 주요 이슈

전시회의 특성상 많은 업체들이 저마다 다른 시장을 타겟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NAB의 주요 이슈는 참관객들마다 다르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장비 개발사들의 특성이므로 공통적으로 출시되는 장비들을 보면 업계의 동향과 주요 이슈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NAB 2019의 주요 이슈는 ‘e스포츠’, ‘8K’, ‘클라우드’의 3가지(이것은 기술동향과는 다른 그야말로 이슈에 관한 것입니다) 입니다. 아마 이번 NAB 전시회에서 많은 업체들이 이 3가지 이슈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e스포츠 중계 시장의 활성화

2015년 리그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월드 챔피언쉽 결승전의 전세계 동시 중계 시청자는 3600만명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전세계 e스포츠 시장의 매출 규모는 9억 6백만달러로 우리 돈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한국컨텐츠진흥원 발표)
국내 시장 규모도 이미 973억에 달하는 이 시장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을 받으며 날마다 그 위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날마다 최대 규모의 아레나(e스포츠 경기장)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다양한 장비와 설비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사실 e스포츠 시장은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스타크레프트’라는 국민 게임의 열기를 타고 이미 시도된 적이 있는 분야입니다. 또한 세계 게임 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컨텐츠 시장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송 제작과는 다른 환경을 가진 시장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송장비만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번 NAB에서는 자사의 솔루션을 e스포츠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두고 많은 업체들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VS와 NewTek의 e스포츠 솔루션

■ 8K 솔루션 출시

이미 2년전부터 8K 해상도의 프로토타입 장비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을거라는 편견을 깨고 NAB 2019에서는 다양한 8K 솔루션들이 대거 출시되어 미래의 UHD 표준임을 증명하였습니다.

소니와 파나소닉에서는 각각 UDC-8300과 SH800GJ를 출시하였습니다. 소니의 UHC-8300은 최초의 8K ENG 타잎 카메라로서 도쿄 올림픽을 위한 전용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나소닉의 AK-SH800GJ는 다목적의 8K 카메라로서 4K ROI 지원과 가상 PTZ 컨트롤 등을 통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는 8K 프로페셔널 카메라입니다.

샤프에서는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의 8K 미니 카메라인 8C-B30A를 선보였습니다. $4,000 이하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아직은 프로토 타잎이고 정확한 완제품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듯 합니다. 

블랙매직에서는 8K 입출력이 가능한 레코더 및 플레이어인 HyperDeck Extreme 8K HDR을 출시했습니다. H.265 방식으로 레코딩이 가능한 이 제품은 ProRes 코덱으로도 녹화가 가능하며 옵션으로 제공되는 Extreme Control을 사용하여 물리적인 버튼으로도 제어가 가능합니다.
다만 H.265의 경우 높은 압축율로 인해 화질의 열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정식 제품 출시 후 레코딩 영상 품질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매직디자인의 HyperDeck Extreme 8K HDR

소니의 UHC-8300 8K ENG 카메라

파나소닉의 AK-SH800GJ

샤프의 8C-B30A

■ 클라우드 솔루션으로의 전환

NaverCloud

최근 수년간 NAB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부스가 설치되어 많은 참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었습니다. 사실 방송장비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그다지 접점이 없어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과 아마존 웹서비스의 성공에 힘입어 마이크로 소프트의 애져(AZURE) 역시 그 인지도에 걸맞게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클라우드 솔루션의 특징은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사용해오던 원격 데스크탑과 가상 컴퓨팅 솔루션을 합쳐놓은 것이 기본적인 클라우드 솔루션의 컨셉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전시한 애져(Azure)의 경우 수많은 협력사들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이미 준비하고 있으며 Azure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스토리지, 가상 워크스테이션, 컨텐츠 관리 등을 하나로 묶어서 제공하는 옵션들을 선보였습니다.

클라우드 솔루션의 개념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구입하기에는 너무 고가인 워크스테이션과 소프트웨어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쓴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자는 것입니다.
이 경우 가상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으며, 하드웨어 유지보수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또한 고가의 소프트웨어인 NLE, VFX, 3D 프로그램을 라이선스 개념으로 렌탈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클라이언트에게도 완성된 결과물을 손쉽게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최근 10G까지 시도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의 도입과 함께 5G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서 이런 클라우드 솔루션은 앞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 54개 지점에 서버를 구축하고 있는 Azure의 클라우드 망

이상으로 NAB 2019의 주요 이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술의 진보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람들의 편의에 반하는 것이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지난 역사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NAB 전시회와 같은 차세대 기술의 시연장에서는 어떤 기술이 진정한 표준안이 되어 시장을 선도해갈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항상 최초의 기술들은 어설퍼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고 어설퍼 보이는 최신의 기술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