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3월 24-26일 중국 북경에서 개최된 ‘제 24회 중국 컨텐츠 방송 네트워크 박람회 (China Content Broadcasting Network Exhibition)’에 참관하고 돌아왔습니다.
딱히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 것은 아니었고, 별도의 미팅도 없는 단순 관람이라 시간도 좀 넉넉했고 대륙의 특성에 맞춰서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우리나라와 방송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중국에서 관심을 가지는 품목과 한국에서 관심을 가지는 방송장비의 품목은 완전히 다릅니다.
기본적인 카메라와 전송환경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개념부터 다르게 접근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못하는 관계로 사실 적혀있는 간판도 제대로 못읽어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영어를 하는 직원을 불러야했기 때문에 일부 부스들은 그저 감으로만 때려맞출 수 밖에 없었는데, 뭐 목숨걸고 한 취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이 일기로 남긴다는 생각으로 쓰는 참관기라 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양해를 구합니다…. (말이 길어지면 언제나 변명이 됨… ㅋㅋ)
우선 이번 북경 방문이 2년만이라 뭐 그렇게 변한게 있을까 싶었는데…
가장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바로 북경의 공기… 이렇게까지 맑을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바로 지난주까지 스페인에 있다가 바로 북경으로 넘어온건데, 유럽과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스모그의 원산지라는 북경은 어디로 갔는지 맑기만 합니다. 오히려 귀국한 후 서울의 하늘이 더 암울하더군요…
천안문 광장의 국기 하강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늘이 아주 맑아서 노을이 저렇게 예쁜게 보입니다.
이날만 그런건줄 알았는데, 3일 내내 하늘은 저랬습니다.
북경에서는 올림픽을 기준으로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래서 길에는 모두 전기 자전거, 전지 오토바이만 돌아다닙니다. 유명한 꼬치구이점도 폐쇄시켜 버렸습니다. 특정 구역에 있는 가게들만 장사가 가능합니다.
역시 공산국가라 일괄적인 통제가 가능했겠지요… 이렇게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과 법이 무서워서겠지만 그것을 따르는 중국 사람들이 다시 한번 대단해 보였습니다.
암튼 CCBN이 열리는 중국 국제 전시장으로 이동.
북경 방송 전시회를 처음 찾은것이 10년 전인데, 그때는 정말 2시간도 안걸려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볼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죠… 전시장에서 도시락 시켜먹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구경했던(?)것을 제외하면 제대로된 볼거리가 전혀 없었던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재작년에 아무런 기대없이 놀러갔던 BIRTV 전시회에서 아주 깜짝 놀랄만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방송장비들의 수준이 이미 한국을 뛰어넘어 일본이나 미국과 대등하려고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탄탄한 기초 기술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장비를 제조하고 방송 제작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10년이 지난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글의 마무리에 가서 다시 다루도록 하죠…
중국 사람들의 80% 정도가 일본에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방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소니, 파나소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참고로 길에서 본 중국 택시의 대부분이 현대 소나타였습니다. 이전에는 거의 폭스바겐이었는데…)
소니에서는 현재 계속해서 4K / HDR을 밀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돈도 별로 안들이고 고화질 프리미엄을 광고할 수 있는 기능이니 반길만한 키워드이기는 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HDR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봅니다. 4K를 20Mbps로 꾸겨넣어 화질 다 망가뜨려 방송을 하려고 하는 마당에 무슨 HDR을 논하겠습니까? )
중국의 방송 대기업인 ‘다양 (DaYang)’입니다. 그야말로 다양한 방면에서 방송관련 장비들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중국 내에서만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마무리 부분에 같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에서도 H.265(HEVC)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4K의 HEVC 화면을 H.264와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8Mbps 정도로는 두가지 포맷의 비교가 힘듭니다. 움직임이 아주 많은 부분에서는 H.264와 HEVC가 깨지는 것은 비슷합니다. 오히려 HEVC의 장점은 SD급의 낮은 비트레이트로 HD급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K가 되면 초대형 스크린이 아닌 다음에야 모두 비슷비슷하게 보이니까요…
아토모스에서는 새로운 ‘플레임(FLAME)’ 시리즈를 전시했습니다.
화면을 밝게해서 햇빛 아래서도 잘 볼 수 있도록 모니터 성능을 개선한 것입니다.
가전사로 유명한 하이얼도 컨텐츠 전송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간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광케이블로 전송하는데도 100Mbps입니다. 우리는 집집마다 1Gbps를 서비스하는 중인데… 역시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따라오기란 쉽지 않을듯 합니다.
4K 관련 셋탑박스와 미디어 플레이어는 여기저기 널려있었습니다.
아마도 동일한 플랫폼에 케이스만 다른 형태이니 그런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OS도 최근에는 모두 안드로이드를 기본으로 탑재해서 개발하기 때문에 ‘JAVA’만 있으면 인터페이스 구성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죠…
또 하나의 가전사인 화웨이도 나왔습니다. 우리에게는 휴대폰으로 유명하죠…
여기는 IP over Video 관련 보드를 제작한 곳입니다.
이런 최신 기술들도 뚝딱 잘 만들어 냅니다… 10G SDI까지 모두 지원하는 신제품이 출시되었다고 광고하고 있네요.
파나소닉에서 전시한 중계차량입니다. 벤츠 스프린트 가지고 잘 만들어 놓았네요…
아마 곧 한국에서도 현대 쏠라티를 활용한 중계차 제작이 활기를 띄지 않을까 합니다. (현대 쏠라티 ‘ http://www.hyundai.com/kr/showroom.do?carCd1=BS007&WT.ac=gnb_carkind_solati# ‘)
P2 클라우드에 대한 개요도 소개하고 있구요… 하지만 어차피 H.264 기반인 P2로 클라우드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파나소닉의 신제품 카메라들입니다. 역시 파나소닉답게 디자인은 별로구요…
또 늘 그렇듯이 화질과 기능은 예상외로 뛰어납니다. 파나소닉과 소니를 보고 있으면 왠지 한국의 LG와 삼성을 보는 기분입니다. 파나소닉도 LG 처럼 마케팅팀이 ‘암약’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ㅋㅋ
가전업체이니 당연히 이정도 98인치 TV쯤은 선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의 표현…
시연되는 영상이 제대로된 4K가 아닌듯 했습니다. 화질이 완전 뭉개져 나와서 차라리 틀지 않았으면 좋았을것을… 욕심이 과했습니다.
돌비에서도 HDR에 해당하는 내용의 ‘돌비 비전’을 선보였습니다. 아마 UHD 블루레이 표준으로 자리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돌비비전 적용 트랙과 비적용 트랙, 편차에 대한 옵션 등을 모두 잡지 않는다면 표준화로 간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질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HDR이나 돌비비전이나 지원하지 않는 디코더나 TV에서 보면 그냥 물빠진 허연색처럼 보입니다. (색보정하기 전의 시네마 카메라처럼..)
비텍에서는 HEVC 스트리밍 인코더와 디코더 세트를 전시했습니다. 기존 네트워크 대역폭의 절반만으로 동일한 품질의 영상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도입 이유이겠지요…
더군다나 인터넷 환경이 좋지않은 중국과 같은 경우 이런 기능은 더욱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ARRI 에서는 뉴스룸을 갖춰놓고 스튜디오 카메라로 자사 카메라를 갖추어 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스에서 ARRI 알렉사나 아미라 카메라를 실제로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시도는 아주 신선했습니다. 부스 디자인도 중국답지 않게 세련되었구요.
이번 전시회에 오게된 주요 이유 중 하나인 VR 관련 장비들입니다. 그런데… 사실 별것 없었네요.
아래 전시된 제품들이 전부였습니다. 생각해보면 페이스북마저 차단당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에서 고해상도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대역폭과 플랫폼이 요구되는 VR이 인기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신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은 거의 중국에서 만들게 되겠지요… ^^
다양한 형태의 360도 VR 카메라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리코에서 풀HD가 지원되는 일체형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형태는 4K VR을 얻기위한 시도라고 보여지며, HD급에서는 이 제품으로 일단락될듯 합니다. ( http://www.saeki.co.kr/Brand/2014_shop_list.asp?BRAND=PENTAX&LM=11&LS=1&PN=351101 )
소니에서는 DVD를 활용한 아카이브 솔루션을 선보였는데… 사실 저장용량이 크지않아서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수백기가바이트를 지원하는 광디스크가 나오지 않는한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겠죠. 이것도 나중에 다뤄봐야겠지만 사실 방법이 아주 없는것도 아닙니다. 현재 아카이브와 MAM 전반에 대한 개념이 변화가 필요한 때이니까요…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TVOS라고 부르는 셋탑박스 전용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있다는 것인데, TV 전용의 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용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셋탑박스 제조사들 대부분이 TVOS라는 것을 특징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HEVC/H.265의 4K 클라우드 트랜스코딩에 대한 기술도 진행되고 있는 중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이것은 스토리지, 아카이브, MAM과 통합되어 진행되어야 할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국 모든 카메라, 스위쳐, NLE, 인코딩, 송출, CG 등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질 것이고, 여기에 대용량 스토리지, 백업 솔루션, 아카이브 및 MAM 검색 등이 추가로 통합되면서 당연스럽게 이것에 간단히 트랜스코딩만 연결되면 모든 것이 마무리되어져야 하는거죠.
이것도 다시 한번 기사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나중으로 미루는게 너무 많아져서 어떻게 감당할지…. )
라이브U나 TV U처럼 무선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장비들이 중국에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저 장비가 전파인증을 받기란 쉽지 않을것입니다. 설명을 듣기로는 2KM 까지 무선으로 영상 전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실외용 안테나와 접시 안테나 수신기 등이 정~말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90% 이상의 가구가 인터넷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절대 이해 못할 장비들이지만 중국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시장…
끝나고 지하철을 타기위해 전철역으로 왔는데, 줄이 쫙~.. 100미터 정도 전철 타기위한 줄이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대하던 샤오미 본사와 샤오미의 집 방문…
애플 스토어와 흡사한 매장의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제품이 다 구입할 수 있는줄 알았는데… 재고가 없어서 사실 몇몇 재품밖에 없었음…
샤오미 패드에서 윈도우 10을 지원하는 태블릿이 출시되었습니다.
꼭 사고 싶었는데, 재고가 없다고… ㅠㅠ
샤오미의 여러가지 제품들. 싱크대용 정수기까지 출시한줄은 몰랐는데…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홍미노트3.
회사 폰이 바꿀 때가 되어서 3대 구입했습니다. 한글 패치를 해야한다지만…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뭐…
샤오미에서 가방도 판매합니다. 가격대에 비해 괜찮은듯 한데… 디자인은 솔직히 그리 좋지는 않은듯.
결론적으로 중국의 사정과 한국의 방송 시장 사정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중국의 방송은 아직도 SD가 대부분이며 HD 디지털 방송이 정상적으로 수신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방송 제작에 대해 법적으로 제약이 많은 탓도 있을테지만 방송 수신환경이 좋은 않은 (워낙 넓은 땅덩어리라…) 중국의 환경도 고려해야겠지요.
그리고 중국에서 제조하는 장비들을 한국에 수입해서 판매하는 경우 매우 조심해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저작권과 특허’ 부분입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이것에 대한 개념이 희박합니다. 따라서 중국 내에서는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일지라도 실제로 특허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샤오미의 경우도 이것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중국에서 특허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카피캣’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중국 제조시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특허를 무시하고 단순히 제품을 카피해서 개선하는 형태의 제조를 하다가 자체 개발로 돌아선 것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중국 업체들이 쉽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수출이 아니고서는 먹고살 수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국제 시장에서 통용될만한 요건을 갖추는게 전력을 다해야 했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충 중국 국내 수요만 충족시키더라도 얼마든지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굳이 복잡한 국제법을 따라야할 필요가 없는거죠…
이런 부분에서는 한편 부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의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려서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가 ‘극단적인 실용주의’로 흘러가는 경향입니다.
아직까지도 VHS급의 영상을 사용하는 방송국도 있고, 4K를 준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중국 방송을 보다보면 재미있는 것이 방송사마다 정해진 화면 규격과 오디오 레벨 규격이 없어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채널을 돌리다보면 어떤 채널은 오디오가 터질듯이 크게 나오고 어느곳은 거의 안들리는 수준으로 나옵니다. 영상의 경우에도 어디는 밝아서 화면인 나가보이고, 어디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수준입니다.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의 제작 환경을 갖추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방송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아직도 SD급 장비들이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으며 HD 장비들의 다양한 활용과 4K를 충족시키는 일부 네트워크 서비스를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시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된거죠.
거대한 중국을 단편적인 모습들로만 속단할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과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 방송 시장이 워낙 특수한 것이라고 봐야 겠지요.
여기까지가 간단한 CCBN 2016 참관기였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주문했던 회사 로고가 박힌 컵이 입고되었네요.
소량으로 맞춘거라 아마 다음달에만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할것 같습니다.